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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기 2024 창작 과정 & 작품

프로젝트 유형

레지던시 활동 2024

작가

정희기

(작가 노트 중)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키러 폭우를 뚫고 달려간 양평 오빈리. 이번 사부작 레지던시를 위해 정말 오랜만에 사진 작업을 하기로 했다.

비가 스멀스멀 그치기 시작한 오후 2시,
어머니들이 곱게 화장을 하시고 창작소를 찾아오셨다.

어르신을 위한 촬영. 차마 영정사진이란 말은 입에 못 올리고 있었는데, 촬영된 사진을 보시더니 영정사진으로 써도 되겠다! 하신다.

14년전 작은 할머니께서 “희기가 사진을 공부 했다며?, 할머니 영정 사진 좀 찍어줘. 그럼 아주 소원이 없을 것 같아.” 그러면서 흰봉투에 작업비를 건내 주셨었다. “큰 돈은 아니어도 희기 네게 작품비는 줘야지!” 아마 내가 기억하는 첫 촬영 의뢰비였던 것 같다. 그 용돈을 받고 무척 쑥스럽고 감사했다. 나는 그간 뭘 해드린 것도 없는데… 그때만 해도 벌써 영정사진을 준비하느냐고, 야단이었는데 올해 5월 고인이 되신 작은 할머니 빈소에 그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작은 할머니 라고 칭하시는 분은 실제로는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어린 이모랑 엄마를 돌봐주시다 나중에는 나랑 오빠까지 키워주신 정말 특별하고 긴 인연의 할머니다. 코로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실제로 뵙지 못한지 8년은 된 것 같고 영상통화로나머 3,4 전쯤 인사를 드렸다. 그간 염색을 해서 검은 머리셨는데 갑자기 희게 쇈 머리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 틀니도 빼져서 입이 쪼그라져 있으셨다. “아우. 우리 희기 너무 보고싶다.” “네 저도요 할머니!” 말씀은 드렸지만 끝끝내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 나질 않는다. 작은 할머니의 독특한 음성이 기억난다.

요즘 영정사진은 인화지 출력 대신 영상 처럼 LCD 화면에서 발현된다. 빛 때문인지 생생했다. 작년에 큰 마음 먹고 죽은 드라이브를 소생 시켰는데 작은 할머니를 촬영한 원본 사진이 남아있질 않았다. 외할아버지 전나무 숲길 앞에서 흰 남방을 입고 계신 작은 할머니를 촬영했었다. 초록잎과 흰 셔츠가 대비되어 늘 내가 바라보던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내게 남겨진 사진은 오직 흑백 사진 뿐. 컬러도 좋고 흑백도 좋았지만 기왕이면 컬러가 그때를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했다. 요즘들어 부쩍 (2024년 6,7월을 기준으로) 가깝게 느껴졌던 과거가 좀 멀리 가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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