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도란거리는 것들 + 관계지층

밤새 도란거리는 것들, 모유진, 2022, 한지에 채색 및 덧붙임, 162.2x130cm

모유진 작가는 양평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개인의 소장품, 버리지 못하고 있는 물건, 오랜 기간 함께한 사물 등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화면에 기록하는 방식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사물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억을 더듬는 모습과 잊고 살았던 애정어린 공간에 대해 떠올렸을 때의 표정이 가장 인상 깊다고 합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지금은 버려져 풀만 무성하지만 한때는 지역민들의 온기와 발길이 닿았던 유휴공간의 모습을 수집하고 이를 배경으로 옮긴 캔버스에 이야기가 담긴 사물들을 병치한 회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가는 두꺼운 한지에 그려진 배경 위로, 수집된 물건의 실루엣 모양을 아주 얇은 한지로 오려 접합하는데, 이로써 풍경 속에 사물이 맺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종종 잘라 붙이는 한지가 늘어나기도 하고 작게 잘리기도 하는 등의 우연적 사건들이 더해지며 사물 본래의 의미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의미 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작품의 앞면은 이미지로 가득하여 시각적 혼돈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작품의 뒷면은 물건들과 공간의 원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시 당시에 작품의 앞뒤를 오가며 관람하시어 작가의 창작 과정, 수집한 물건들과 공간의 이야기 또한 읽어나가 보실 수 있게 설치되었습니다.


관계지층, 모유진, 2022, 레진에 한지 적층, [5x5x5cm] x 8개

모유진 작가는 작업 과정 중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곧바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컵과 천조각, 젓가락을 이용해서 사람들과 함께 한지에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관계의 모양’이라는 프로젝트 작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눈 사람들이 돌아가며 소감을 이야기하고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물감을 골라 한지 위에 떨어뜨리는데 이 과정에서 매번 다른 느낌의 이미지들이 만들어집니다. 이 한지를 작업실에 가져와 작은 아크릴 상자 속에 겹겹으로 쌓아 고정 후 그 속에 투명 레진을 부어 큐브로 제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5x5x5cm 크기의 투명 큐브를 작가는 “관계지층”이라 부르는데, 참여자들에게 그날의 추억과 관계를 간직할 수 있도록 하나씩 선물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총 여덟 점의 “관계지층"이 선보이며 더욱 긴밀한 체험을 위해 작품을 직접 만지고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